문화의바람/쟁이들세상

7월 29일 개막공연 - 이름없는공연팀 [14처]

제로아트 2006. 7. 20. 07:33
  
  http://cafe.naver.com/yepler


2006년 산골공연예술잔치 개막식날(7월 29일) 펼쳐질,

이름없는공연팀 [14처]자료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오고 가슴조려온 이 순례가 끝납니다.
순례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58년이 지나도 그 방법을 바꿔가면서
지속되어오는 그리고 현재까지도 미래에도 변함없이 참담한 인간들의 아린 악덕을
이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모두의 망각앞에
망각의 합당화앞에
무엇을 어떻게 고쳐가며
행동해야할 것인가도 처절히 알게 되었습니다..

살을 에이게 추웠던 날부터 몸을 가눌수없는 바람과 거친 파도
그리고 꽃가루처럼 아름다운 눈싸라기로 마을을 감싸주었던 제주는
그 14일간의 순례안에 유채꽃을 활짝피워주기도 하고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산간에선
안개지역을 만들어서 우리가 고귀한 꿈을 꾸며 그들안에 함께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제주에서 14일간 우린 이 아름다움이 그들의 숨결로 온통 감싸여있다는것을 알았지만
사람들은 전혀다른 삶을 그위에 영위하며 뺏고 빼앗기고 영위하면서
이 섬과 이 섬의 삶을 망각속에서 파괴해나가고 있다는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악하진 않으나 선하지 못하여 슬피 퇴화되어가는 고귀한 섬.
사랑은 하나 정진하지 못하여 슬프게 침몰하는 섬.
아름다우나 정결하지 못하여 시리도록 가슴아픈 섬.
스스로 지워버린 마을들만이 남을 부질없음으로인해서
오히려 잃어버린 마을이 애처롭게 아름다운 곳.

그곳이 이제 고향이되고
벗이 되어
하영 슬픈 가슴으로 작별합니다.
14처를 돌면서
정말 십자가의 길처럼 고통은 심화되고
마침내 고통은 하나의 무아가되어
꿈이 되어버렷습니다.
이제 이 고귀한 꿈을 잃지않으며
꿈안에서 별을 보고 성운과 소통하며
이승으로 이어진 맥을 시공안에 일체시켜가는 노력만이
과제로 남습니다.

별에 대한 얘길 하고싶어 다가왔다가
성운과 성단을 바라보고
그속에서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꿈속의 꿈이되어 다시 바람안에 분신됩니다.

많은 것을 두고왔지만
그 모든것을 가지고 뭍으로 올라갑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슬픔이
중산간을 가로막은 안개지역을 넘어 뼈아프게 밀려옵니다.
우리가 할수있는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인 것을.

안개지역을 넘어 마주하는 인간도시엔
다시 수많은 욕심과 변명과 편협된 이기심이 욕정을 안고
삶이란 명분으로 바쁘게 움직이고있었습니다.
안개가 걷힘이 오히려 안개이며
안개가 오히려 선명한 사랑입니다.

감사했으며 고마웠습니다.
순례의 반을 마치고 서부지역을 넘어오면서 농담처럼 한말
고맙습니다란 말
58년을 넘어 뒤늦게 다가와서 가슴으로 부터 나오는 말이 그것이었는데
그리고 그 말이 너무 안어울려서 놀랐었는데
이젠 가슴이 쥐어준 그말의 이유를 알듯도 합니다.

우리가 열네곳에 세운 이정표는 백개도 넘지만은
그것이 올 4.3까지라도 보존되어
또다른 4.3순례자들에게 힘이되어줄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놓은 편지들을 보고
다른 순례자들도 하나둘 마음의 편지를 적어서 벗에게 바치면
그 편지가 늘어나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부터
이성과 사랑과 희망과 이곳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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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처 작품홈페이지
http://yegie.redclef.net/14place.html

14처 공연사진집
http://yegie.redclef.net/14place01/page_01.htm


[14처 이정표를 세우며]공연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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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처 낙선동성터에 약속처럼 다시가다.
비교적 익숙하게 낙선동성터를 찾았습니다.
지난 해 9월 와 본 곳이었지만 차를 모는 이경준이 그때 순례에서 빠졌던 곳이라서
처음 올때처럼 똑같이 선흘1리 동백상회앞에 멈춰 길을 물었습니다.
동백가든 가는 길을 묻고 마을어귀 팽나무와 성터 들어서는 길을 그리움으로 반겨맞아
돌담길을 따라 감귤밭사이로 숨은듯 나있는 돌성터.
지난번엔 그저 마을분들이 집단이주당해 살던 곳이라고만 여기고 작은가슴 아리며 얼마나 답답햇을까만
생각하면서 총구로 만든곳에 창을 내드리고 돌담사이사이에 편지를 적어 전하고 갔는데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때 함께 왔던 이들이 적은 편지가
4개월을 보내고도 돌담사이사이에 그대로 꼿혀있어서 다시 열어보고 접어 제자리에 담습니다.
준비해간 나뭇조각들을 엮어서 이정표를 만들고
낙선동성터 그리고 4.3이라고 적습니다.
14처 이정표작업에선 이정표 표목에 더 이상 다른 글을 적지않기로했습니다.
편지를 쓰고 엽서를 적어도 누가 했다거나 하는 이름은 적지않았습니다.
살아있는 이들에겐 누군가로 그저 남아서 이 이정표작업이 하나의 찾음의 확인정도로 마주치길 바라고
그리운 그 영혼들에겐 그저 뒤이어 살아가는 슬픈 사람들의 고운 그리움과
그 영혼을 향한 감사의 만남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문재선은 아주 큰 나무이정표를 만들어왔는데
이 작업의 의도와는 좀 어울리지않는듯 했지만 지워져가는 성터 모서리앞에
이곳의 이름과 함께 4.3이란 언어를 세워놓으니 그렇게 나쁜 것 만은 아니었습니다.
생각하기로는 너무커서 오히려 쓰라릴까 걱정되서 작고 초라한 이정표를 만들어서
들꽃처럼 사람들 눈에 보일수 있는 이정표를 만들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강요하지않고
보이는 사람에게만 발견되고
찾고자하는 순례자의 눈에만 들어오는 들꽃같은 존재로서의 이정표가 되어
그리움을 나누는 고운 빛이되게..
재선도 그 뜻을 이해하고 이어질 순례의 이정표나무 작업을 준비하기로 헸습니다.
공항에서 만나 함께 낙선동으로 온 사람들도 준비는 없었지만
음악도 조명도 시작도 없이 이뤄지는 준비해온 사람들이 만드는 이 공연을 바라보다가
하나하나 조금씩 거들기도 하고
성벽주변을 돌아보기도하면서
순례에 낯설게 적응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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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처 목시물굴,제주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중산간길..
긴 길을 걸었습니다.
자동차가 있다면 차 가진 사람 한사람만이라도 순례에 참여하였거나
이 순례의 얘길 듣고 차량지원만이라도 선뜻나서주었다면
15분정도면 일행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무겁고 힘든 짐들을 갖고 3시간이나 걸어서 예정보다 훨씬 늦게
어둑해지는 시간에야 목시물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그리쉽게 왔던 선흘1리 동백상회앞 네거리까지 가기위해서
제주에서 함덕까지 버스를 타고간후 버스에서 내려서
3시간이 좀 안되는 시간을 굽이굽이 걸었습니다.
제주 중산간마을길의 아름다움이 조급한 걸음속에서도
꿈결처럼 다가왔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옹기종기 살던 사람들이 걷고 생존하던 곳.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가해한 또다른 사람들에 의해 공포속에서 바라보고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야했던 곳.
목시물굴로 4.3순례지의 이정표를 세우려 걸어가면서 바라보는 길은
산굼부리 밤하늘 뽀얗게 수놓인 성운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우주의 얘기와 같습니다.
순례에 함게하는 참가자들은
어제보다는 익숙하게 낯설지않은 모습으로
간혹은 스스로 준비한 얘기를 귀하게 풀어놓으면서
목시물굴 입구로 가는 어느 개인의 봉장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이정표와 편지
4.3자료책자에 적힌 이곳의 자료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짐과 옷가지들을 두고
준비해간 랜턴과 촛불들을 가지고 몸하나를 겨우 눕혀 들어갈만한 입구를 내려
사람들이 살고있던 곳
그렇지만 사랑마져 빼앗지는 못해서
아름다운 삶이 변함없이 존재하였으리라 믿어지는 곳
목시물골로 들어갔습니다.
가져 간 끈으로 길을 만들고 촛불로 칠흙같은 어둠을 조금조금 밝혔습니다.
간혹 떨어지는 숨결과 스쳐 맞아주는 숨결.
이 안에선 박쥐도 아름답고 얌전했습니다.
박수현 조은성 예플러 ..순례를 준비한 사람들은 하나하나 자신이 준비한 선물이나 얘기를 털어놓았고
그 작은 스침으로 시공을 초월한 그리움이 꿈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좀 더 깊이까지 따라들어간 뒤
홀로 빈공간에 남아서
가는 촛불 몇개의 흐린 실날빛 속에서 용암굴 천장에 매달린 작은박쥐 벗삼아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시간은 어둠속에서 호호 찬입김을 내쉬면서 낯설은 동무의 어깨를 간지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두고 간 카드와 연필과 함께 놓아준 노트 그리고 나무가지.
우린 동굴밖에 이정표 몇개를 세우고
예플러는 벗을 사귀듯 여러장 편지를 적어서 그 이정표 곁에 두었습니다.
해가 졌는데도 우리는 아침을 맞이하는 듯
좁은 공간을 지나서 그곳을 나왔습니다.
밤이면 가끔 누군가 이 빛이 그리워서
이 공기가 그리워서 몰래나와 숨죽여 심호흡을 했을거야.
순례자들은 그 어두운 밤 밝음을 느끼면서 공기를 맞던 아이 혹은 소년
혹은 노인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흰 이정표를 놓으려고 왔어요.
당신들이 그리워서 그리고 죄송스러워서..
편지만 드리고 몰래 가려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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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처 표선백사장 혹한 모래바람속의 깃든 영혼과의 해우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아침 고마리일행이 3일간의 합류를 위해 제주에 도착했고 순례일행은 각기 표선으로 찾아와
겨울모래바람이 살을 에는 차갑고 아름다운 표선백사장
바람하나 막아줄곳없는 해변들녁에서 일행은 다시만났습니다.
매년 성수기엔 백사장축제도 열린다는 이곳 표선해수욕장엔
백사장 깊게까지 물이들와 있었고 그래서 더욱 서글퍼보였습니다.
물길에 씻겨감 그리고 물길을 따라 다녀감의 흔적.
사람들은 이제 조금씩 아름다운 순례자의 모습이 되어 서로를 감동시킵니다.
각기 준비해온 그리움에 열중하고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매서운 모래바람에 눈을 감곤하면서 표선 그 아름다왔을 마지막바다를 함께바라보며
벗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편지를 씁니다.
이정표는 준비해온 나뭇가지를 못질해서 조립하고
거기에 먹과 붙으로 글을 적어 모래를 파고 까아만 돌산사이에 자리잡아 세워집니다.
표선백사장 그리고 4.3
그렇게만 적습니다.
그리고 박수현이 준비해온 작은 안내판이 이 백사장과 표선이 담고있는 4.3얘기를
들꽃처럼 전해주기위해서
바위에 놓입니다.
넓디넓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슬픈 꿈을 안고사는 백사장 그리고 조금조금씩 보이는 숲과 나무들
그 수평선아래에서 작은바위섬을 오가면서 사람들이 그리움을 현실화시키고
꿈에 빠져들고있습니다.
문재선은 이정표를 만들고 다시 그곁에 깊고깊은 마음을 한지로 접어서 남겨전해줍니다.
박수현이 물었습니다.우리의 이 이정표작업이 산자를 위한 것일까요?
살아있는사람들 만을 위한 것은 아닐겁니다.
그리고 누굴 위한 것이라기보단 그저 사랑보다 더 큰 그리움의 실천으로
영혼과 심신이 만나는 작업의 연결고리라도 되었음하고 준비했는데
그 결과는 알수없습니다.
무심한사람들에게 즐거운 해수욕을 해치는 거추장스러운 표식으로 오인받아
뽑히고 치워지지나 않았으면합니다만
이름없이 놓여진 이 마음들이 영혼을 잊고 살아가는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려는지..
그림처럼 움직이고
사랑할수있는 사람들이 되기위해 같은시공안에 뜽금없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제4처인 다랑쉬마을을 생각하며 헤어졌습니다.
사라진마을 그렇지만 아름답게 살던 사람들이 고향처럼 다시 들려보는곳.
그곳에 우린 집을 지어주려갑니다.
다랑쉬오름에 올라 내려다보는 마을은 얼마나 다시 아름다울까?
제3처 표선을 다녀온 밤은
그들이 소개전에 살던 곳
다랑쉬에 집을 지어주기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름답고 분주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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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처 다시 만들어드린 다랑쉬마을
존재함이 그 이유를 찾지못하면 그리고 이이유에 합당하게 행동하지않으면
우리의 생존은 얼마나 불가치하며 타생명과 환경에 방해물이 되는가?
먼저간 사람들의 아름다운 흔적을 찾아서 떠나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서 걸어보며
만남을 준비하고 행하는 일,
생존하며 잠시 머무를수 있는 그리고 기댈수 있는 위안의 시간이고 계기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동행하지만 그 개개의 정착이 운동이 이 흐름을 깰가 두렵습니다.
그리고 시공을 초월해서 만나는 영혼과의 대화에 서로 방해라도 되지않을까?
예전엔 10여가구가 옹기종기 아름답게 모여살던곳
그리고 어느날 소개되고 학살되어 마을이 없어지고
오름아래 마을은 잊혀져서 그 넋들에 대한 에의도 없이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의 트가 되어버린 곳.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어설픈 푯말하나 세겨져있어서 더욱 참담해지는곳.
지난 9월 몇채의 집을 짓고 그들의 시간을 기억해보았던 이곳에 다시 와서
준비해온 집을 지었습니다.
마을을 짓고 마을이정표를 세우고 쉼터를 세우고 모여 얘기나눌수있는곳을 세우고
그래서 얼어붙은 찬바람속에서 두시간넘게 오름에 올라가기로한 예정도 잊은채
고운이들의 방문이 그 어린 마음이 어떠셨는지?
혹 곤한 삶에 방해는 되지않으셧는지? 아님 이 부질없는 모습들에 그저 대견스레 귀여워 보이셨는지?
저흰 그저 그 아름다운 이들의 제각기 살고있던 꿈이 사랑이
다시 기억되고
한때 서글펐던 그 아픔이 삼몽사처럼 꿈속의 꿈으로,
어리석고 어진 인간의 모짐으로
영원속 그리움 한편에 새겨졌으면하고..
그리고 함께 있게됨을 함께 있었음을 잊지않았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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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처 성산터진목 일출봉과 바다가 보이는 그곳
다른 순례처와는 달리 이곳엔 겨울에도 관광객들이 도착하고 일출봉으로 줄줄이 올라갑니다.
무엇때문에 저곳에 저렇게 오르는지 알순 없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싸고 수많은 슬픔의 역사가 깃들어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오르는 사람은 드물어보입니다.
지난9월 첫순례 때 동네분 한분이 얘기해주신 일출봉아래의 학살터를 찾아 배를띄웠는데
이번 14처순례엔 터진목을 찾습니다.
터진목엔 뜻밖에 시비가 하나 우뚝서있고 전망좋은곳 말타는곳 등의 간판이 이정표처럼 서있습니다.
시비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참아름답다고 읊은 시가 적혀있었고 문주란 재배단지엔
바다와 일출봉을 전망할수있는 돌의자도 작은공원처럼 만들어져있습니다.
이정표작업은 그 시비를 조금 빚겨선 언덕지기에 바다를 향해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이정표옆에 안내글과 엽서 그리고 돌거북들 한지로 접은 종이배들이 정성스레 놓였습니다.
이제 순례는 하루하루 그 다음날의 순례를 준비해온 사람과 그것을 따라다니면서 보는사람으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 혹은 한팀씩 교체됩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잊혀지고 이마을 청년실업인들이 관광만을 위해 세워놓은 커다란 돌이정표만이
터진목의 입구를 소개하는데
그곁에 우리의 작은 이정표가 성산터진목 그리고 4.3이란 작은 언어로
고운 기억으로 이곳을 찾아올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그곳에 낯설게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떠나갑니다.
이어놓앗지만 금새 망가져 뽑혀버릴지도 모를 무심의 이정표
우린 아마 이 세상을 편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세균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이정표를 보고 그 불편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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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처 옴팡밭에 잠든 아가들 그리고 북촌운동장
14처가운데 우린 세군데 묘역을 갑니다.
그중 하나는 헛묘며 또하나는 백조일손지묘
이름처럼 슬픈 묘역들입니다.
그리고 제6처 북촌옴팡밭의 아기무덤
이곳엔 그나마 이승사는인간에겐 가장 근접해서 느껴지는영혼의 실체가
그 그리움을 안고 얘기를 들려주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직접 북촌초등학교에서 만나기도하고 헤어졌ㄴ느데
별음자리표가 제일 먼저왔고 문재선은 산굼부리에 내린 폭설로 조금늦게 도착
했습니다.
북촌학교마당은 올 때마다 새로와 지지만
우린 늘 운동장과 교사가 보이는 길가 언덕돌의자에 앉습니다.
거기에 앉으면 운동장에서 일어난 얘기들이 한눈에 보이고
왼쪽으로 밭과 바다가 나뭇사이로 보이고 거기에 서있었을 사람들의 마음과
그 이후로도 간혹 찾아오는 그리운 영혼들의 발길,
중산간을내려와 이 낯선 마을 북촌에서 다시 운동장에 집합되어 서있었을 시간과
가장 서글픈 생명체로서 변질되어버린 인간의 모습과 행동거지들을 바라봐야했던 동질의 고뇌.
파도소리와 바람소리에게마져 죄스러워했을 우리의 이성과 미움과 욕구로 가득찬
생태파괴의 생존.
그리고 옴팡밭아기무덤으로 이어지는 길목.아이들의 야외학습공간으로 조성된 그곳에서
모든것을 지켜보고 살아왔을 나무가지와 뿌리곁에
예플러는 죄스러움을 사죄하는 편지한장을 별음바리표는 붓글씨 한폭을 적어두고 갑니다.
그리고 문재선은 옴팡밭쪽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 하나를 세우고...
북촌초등학교를 나와 조금 걸으면 지난9월 만났던 그 아이들
함께 죽지못한것이 오히려 부러워서 이제는되지않았을까 되뇌이며 산다는
오기생할머니의 시를 읽어주었던 그곳에 이릅니다.
순례길에 같이따라왔던 아이하나가 아이들을위해 준비해주엇던 종이인형의 흔적이 다시 발견되고
준비해간 선물을 내려놓으며 하나하나 아이들 무덤에 벌초하며 얘길 나눕니다.
시간은 흘러서 우린 이렇게 벗이되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영혼이 되어서도 아이의 모습으로 맞아주고 얘기나눠주는 고마운 이들.
다랑쉬마을이 고향이된 것처럼
이제 북촌옴팡밭은 우리에게 유일한 성묘처가 되었습니다.
문재선이이정표를 세우고
예플러가 아기무덤 하나하나에 자란 풀들을 뽑아정리해주면서 아이들과 수없이 긴 얘기를 나누는 동안
별음자리표는 노랫말하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따라온 박수현이 여느 곳처럼 준비해온 안내글을 이정표 곁에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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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처 몸을 날릴것같은 모래바람과 파도짙은 함덕
함덕 어제밤의 그 모습과는달리
태풍이라도 온듯 몸을 가눌수없는 모래바람이 차갑고 시리게 해안을 감싸휘몰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있는 길을 따라 이정표를 세우기위해 다가간 이들에게
파도는 바람을따라 몰아칩니다.
그속에서 우린 각기 준비해온 글과 편지로 이정표를세우며
여름유원지로만 사람들에게 인식되게끔 변해버린 이 곳에
수백명의 슬픈 생명들이 학살된 곳임을 기억케하며
그 학살후 남은 인간들이 생태해온 이 별을 애처롭게 바라보고있을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바람이 깊어서 파도가 몰아쳐서 더욱 그리운 영혼들,
세상의 조각 한편에 빚겨서서
꽃처럼 아름답게 기억되는 귀한 영혼들.
그들을 만나 얘기나누고파서 우린 이정표를 세우고
다음 올 누군가에게
함께있으며 따로 떨어져 서로 만나지못한다해도 이 우주안에 쓸쓸히 동행함을
기억하려고 이렇게 그리운 이들의 아름다운 고난의 길을 따라갑니다.
문재선이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갈듯 파도를흠뻑맞으며
가슴아리게 함덕바다안에 한없이 서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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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처 원동마을 입구 주막에 머무러 그 삶을 다시 펼치고
이제 순례는 동부지역 7처를마치고 서부로 이동
중문에 사는 그림그리는 분의 집에 남은 이들의 숙소를 정하고
7일간의 서부지역 순례를 시작합니다.
별음자리표가 북촌에서 만든 노래한소절과
남은 일곱곳에 전해줄 한지에 붓으로 적어준 편지를 남겨주고
올라감으로서
이제 순례는 자연스럽게 14일간의 일정을 함께하기위해 다가온 사람들
다섯명만의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중문숙소에서 함께 준비하는 예기 예플러 문재선 사유진과
제주시내에서 매일같이 합류하기위해 다가오는 박수현
이렇게 다섯명.
14처에 이정표를 세우고싶다는 제안을 듣고
아무런 조건도 이익도 없이 제 시간과 마음을 내어서
각기다른 의미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그려지는 14처의 얘기얘기들을
가슴아리게 우리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고귀한 넋들을 만나 말건네주기로한
순례자들이 되어갑니다.
간혹은 즉흥적으로 간혹은 그저 일처럼 그러다 어떨땐 공부하듯이
이렇게 한곳한곳 접근해가지만
4.3은 우리에게 이제 가슴을 터놓고 맘을 건넵니다.
이 별을 어떻게 가꾸어 나깔까
우린 어떻게 이 아픔과 무지
수많은 부정적인 심신의 행동들 속에서
하늘을 향해 존재의 의미에 맞게 죽어가야할까?
이제는 서부관광도로 그 터마져 지워져버린 원동마을 어귀에서
원지를 찾아 또하나 4.3으로 사라진 마을을 바라보며
마을어귀에 있었던 주막을 재현합니다.
다시 주막에 사람들이 찾아와 주막이 열리고
우린 눈발속에서 한잔 술과 안주를 놓고
마을사람들이 살듯이 돌아와 앉았습니다.
주막엔 나그네도 있고
아..그리고 주막에 들려 길을 묻다가 함께 죽어간 사람도
우리들안에 동행합니다.
시간을 흘러 원동주막에서 생존한 우리는
주막을 알리는등을 나뭇가지에 걸고
막걸리와 소주 호리병속에 담아나온 술
그리고 김치와 두부등 안주가 차려진 술상을 그곳에 놔두고
이정표를 세웁니다.
눈발이 포근히 내리고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해주고 오늘 원동마을 순례에 동행해준 월평숙소 오지용이 그려준 서화와 차림표가
별음자리표가 남겨두고간 글씨랑
원동주막에 4.3을 얘기하고
우린 4.3이전의 아름다운 그 주막의 온기를 그곳에 남겨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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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처 무등이왓 아름다운 마을 마실돌기
집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는데 준비를 못해서 가는길에 재료를 샀지만
동광육거리 찬바람속에서 집을 설계하고 짓기엔 무리가 있어서
한채만 만들었습니다.
동광육거리 주유소담장옆에 무등이왓 잃어버린 마을 가는길 이정표를 하나 세우고
그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입구표석
다랑쉬마을자리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모양 똑같은 형태의 내용의 표석.
그 표석을 보고 들어설 마을길 100미터정도 들어선곳에 전망이 아름다운 돌담한쪽에
우리의 이정표를 세웁니다.
준비해온 편지 마음을 담아만들어온 이러저런 소품들.
예기 예플러 문재선 사유진 박수현 이렇게 다섯사람은 이제
익숙한 그리움으로 간혹 한곳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안에 넋들을 만나 공존하는 모습도 보이며
슬픔으로 접근했던 단순한 마음들에서 벗어나
벗이되고 마실이되어 넋들을 만나는 방식도 하나둘 깨달아가는듯 합니다..
마을초석처럼 정성어린 이정표를 세우고
이제 마을마실에 들어섭니다.
굽이굽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사람들의 생활터.
하영 아름다운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았을 사람들
하지만 역사를 읽어보면 생애 어느 한때도 핍박받지않고 살아보지못하고 떠나간
마을사람들의 얘기가 속속이 들어옵니다.
우린 그안에서 물솜처럼 젖어있는 사랑하던 시간들을 찾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별에서 와서 하나가 되었던
또다른 별지기들의 생존의 깊이를 시공을 넘나들며 스쳐만납니다.
마을 곱디고운 골목길에
그들이 흙바닥위에 그려두고 뛰어놀던 사방치기흔적을 다시 살립니다.
그리고 네거리 한귀퉁이에서 우린 그렇게 그들과 같이
잠깐 시간을 돌이켜 아이처럼 유성처럼 뛰어놀아도봅니다.
그리고 또 마을을 굽이쳐걸어 언덕을 오르고 내리다가
쉬어감즉 한 곳에 놓여진 평평한 돌위에
장기판을 새겨드립니다.
흩어진 나뭇가지를 찾아서 장기알도 만들고
동네노인들이 앉아서 한나절 일손을 쉬며 소담스레 얘기나누엇을 이곳에
장기판하나 만들어 두고갑니다.
언제든 무등이왓이 그리워지시거든
뿔뿔이 흩어져야했던 마을사람들을 다시보고싶거든 언제든오셔서
얘기나누세요.
다랑쉬오름에 올라내려보며 그리던 마을의 모습과는 또다른
확연히 드러나는 숨결과 골목골목 따라 묻어나는 사람들 삶의 고귀함.
마을을나서며 마지막 표목을 세우고
다시 무등잉왓 4.3이라고 적어둡니다.
고향이 생겼듯 고향마을이 또하나 생겼습니다.
늘 잊지말고 그리워하며 찾아와야할곳.
그렇지만 마음에 담고 어디서나 만나고 그려볼수잇는곳.
애처로와서 더욱 그립고
그 그리움이 고귀해서
이승을 스쳐가는 시간속 삶의 방향을 인도하고 제시하며
그래서 더욱더 존귀하 곳.
무등이왓은 그렇게
간혹 꽃잎처럼 날리는 눈싸라기로 우릴 감싸고
사람하나 볼 수 없는 마실에 강아지 한두마리 넌지시 우릴 바라보고
채색된 묵화처럼 넘나드는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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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처 동광큰넓궤
아름답고 감사한..
지난9월과 또다르게 변해버린 오름주변의 모습들
책과 자료에 다르게 소개된 여러길을 따라
중산간의 아름다운 생태를 불도저로 빌고 세운 괴물같은 생태공원터도 보고
옆동네라서 4.3을 모른다는 개인목장 아주머니도 만나고
지난해 4.3사적지 동광큰넓궤를 찾는다는 일행을 무슨 쓰레기라도 보듯이
저쪽부터 달려와서 근접하지말라고 하던 경비아저씨의 생의 난해한 방식이 기억나는
골프장도 다시보며 몇번을 이길저길 오가다가
마침내 한노인을 만나서 그분이 직접 인도해주는 동광큰넓궤를
안내받앗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보고 반가웠던
동광리우물가 터에 세워진
가장아름다운 4.3비석도 다시보고.
목시물골을 다녀와서 그런지 동광큰넓궤는 모두에게 비교적 순탄한 동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에들어서서도 우린 몹시 익숙하게 그곳에 수십일을 살던 두마을사람들의
고운 숨결을 만나고 애길 나눴습니다.
그들의 생존했던 시간의 흔적들은 조심스레 쥐어보고 제자리에 다시 놓아두고
영혼들과 손을 잡듯 그 조그마한 옹기조각과 뼈조각들이
촛불몇개로 부분만을 밝힌 동굴의 어둠속에서 따스한 대화로 다가오며
시간을 훌쩍넘어 재회합니다.
미래에서 현재로 다가와준 영혼들과 현존하는 육신앞에 감사히도 다가와 말건네는
귀한 육성.
어둠속에서 우린 편지를쓰고 준비해간 카드와 마음들 그리고
조그많게 쌓아올리는 손가락크기만한 돌탑.
우리에게도 이곳에 살던 아이들처럼
트 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젊은이의 힘으로 토벌대가 막아놓고간 입구돌을 밀치고
그날밤 하나하나 이곳을 나와 기약도 없이 떠나가던 마을사람들의 이별.
우리도 그곳을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제 나와 우린 이정표를 세우고
이곳에 편지를 적어놓고가지만
죽음아니어도 제스스로 약속하지못하는 인성으로 인해서
다시 만날수없을 모진 사람들.
일상은 우리에게 그러한 나약함을 안내하므로
일상을 버리면 모든것이 만나고 모든것이 주어지는 것을
나또한 아직 심신의 이탈못한 미숙한 존재입니다.
들오던길과 달리 편하게 사람들이 찾을수있는길을 찾아
조금 멀리돌아서 이정표를 세우면서 큰길로 나왔습니다.
포수의 총소리와 사냥개몇마리를 만났는데
오름의 숲길에서 총성을 들을 때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공포뿐이었습니다.
이제 14처 순례길도 마루리지어갑니다.
준비할때의 많은 희망과 사랑에 대한갈구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시작할 때의 많은 상심이
하나하나 정리되고 구체적 형상으로 드러나면서
사람에 대한 정리와 인간으로 존재함에 대한 비애가
마무리지어지며
빠른회귀를 위해 노력하고 더 정진하여야한다는 그리움이 확신지어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는의미며 태어난 이유에 적절히
살다가야하는 의무감도 더더욱 절실해지고
한풀의 먼지처럼 지워져가는 이 지구의 모습앞에
드러난 옳게 존재하다 돌아간 영혼들의 가녀린 눈물도 마주하게됩니다.
이 순례에서 돌아가면 아마도
우린 더 모르는 사람들속에서
더 모른 얘기로
사람곁에 존재하는 영혼들과 대화하는 낯선 이방인으로
생존하는 벗하나 없는 미망의 존재로
더욱 처절한 그리움을 담고 거리를 걸으며
매일같이 더더욱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그리하여 이승에서 얼굴한번 못보고 만났던 벗들과의 만남을 그리워하는
인간아닌 또다른 이질적 종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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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처,고요히 흐르는 개울같은 물결길,정방폭포소남머리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정방폭포의 물길은
이상스럽게도 좁은 개울물
그 흐름도 늘 평화롭기만하고
물결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없이 흘러서 바다로 갑니다.
우리의 순례길은 폭포를 보지않는곳
몇개의 돌다리아래로 흘러내리는
잔잔한 개울 이끼낀 작은 바위와 돌사이로 흘러강는 물결을 따라
바다를 바라봅니다.
이곳에 우리가 다녀온 마을과 마을에서 끌려온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잠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큰 사랑으로 이 그바다를 기억케해줍니다.
58년의 그리움을 이곳에도 다시 죄스럽게 적어
나뭇가지에 매달고 편지도 적어주어드립니다.
종이나비가 나뭇갑지에 앉았다가 다시 물위에 떠다니고
빨간열매가 달린 고운 바구니
그 안에 담긴 종이배
네개의 조각을 모아 하나의 십자모양이 되는 흰조각위에 적어가는 편지,
그리고 또 이제는 익숙해진 우리의 만남들이
가녀린 물결을 일구며 흐르는 시냇물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에
함께 묻혀 시간이 됩니다.
14처 순례중 가장 따스한 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가도
그들중 아무도 찾지않는 다리밑 이 시냇가에 앉은 사람들은
실바람처럼 소리죽이고 안개처럼 움직이며
들꽃처럼 피어납니다.
예플러 재선 유진 수현 그리고
오늘부터 남은나흘을 함꼐 하겠다는 경준까지.
재선이 준비해온 녹쓸고 긴 날이 달린 낫을 고뇌처럼 들고
시냇물을 건너 돌위에 앉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물결을 흝고
그러면서 물결을 따라 폭포로 떨어지는 마지막 공간까지 나아갑니다.
공기는 온화하고
시간은 척박한데
우린 그안에서 마음을 가누며 만남이 이뤄내는 오랜 그리움에 익숙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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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처 동광헛묘.거기있지못하나 거기있는
순례 십이일째.이제 마음은 이 순례를 정리하며
그안에서 익힌 얘기와 만든 것 그리고 사랑나눈것을 갖고
떠나야하는 그리움이
실로 오랫만에 이별이라는 서글픔을 쥐어줍니다.
이제는 다시 기약할 수 도 없는 제주행.
58년전 여기왔다면 나는 사람밖에 못만났을텐데
이 뒤늦은 3년간의 세번의 다가감이
사람아닌 뭍영혼들과의 친교를 맺고
벗이되어 아비가 되어 가족이 되어 고향이 되어버린
어눌한 서글픔으로 마침내 구슬픈 속내를 드러내고..
열이틀째 되는 날 12처인 동광 헛묘에 들립니다.
거기 있지못하나 거기에 있는 이들의 안식.
인간의 그리움이 만들어놓은 소중한 노력.
비문여기저기엔 어제다녀온 정방폭포에서의 이승과의 헤어짐이 적혀있고
그래서 우린 헛묘란 이정표를 차마 그 입구에 세우지못하고
묘역 한구석 마지막자리에 꽃과 나비와 엽서와 편지를 모아
14처 그 어느곳보다 조심스레 그리고 아주 작게 안내목을 세웠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못하는 것이 오히려많은 인간의 세상에서
있지않으나 있음의 귀함.
그 헛묘의 내재성이
제주를 다시못온다하여도 이 이별을 이겨낼 힘이되어줍니다.
동광육거리에서 잘보이는 곳에 이곳으로 헛묘에 간다고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동광육거리 여섯갈래길중 세갈래의 입구에
3일을 따로따로 와서 각기 세운 우리의 이정표가
정겹게 놓여져있습니다.
이정표작업을 마치고 가게에 들려서 몸을 녹히며 얘기를 나눴는데
마치 유언같은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제주에 살고있는 박수현 이경준 두사람에게
이번 여정을 통해 우리가 만난 이들
보이지않지만 볼수있고
말하지않지만 들을수잇엇으며
얘기나눌수있엇던 이들
그들곁에 다가가서 우리가 보둠어 만들었던 이정표 나무 그리고 조그마한 집과
골목어귀의 장기판 사방치기놀이공간...
그런것들이 지워지거나 쓰러지지않게
아니면 쓰러지거나 지워지더라도
자주 오며가며 그곳을 찾아서
보살펴달라고
그리고 약속하는 사람들의 약속을 믿지못하면서도
그 답장을 기다리겟다고 얘기합니다.
이제 나는이 얘기들을 안고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넋을 안고
헛묘처럼 투명하게 존재하는 얘기를 뭍을 돌아다니면서
그들과 만나는 날까지 잊지않을겁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우린 하나의 구슬픈 아집투성이의 미생물 종입니다.
단세포적이며 좁고 얕은 시야로
웰빙을 꿈꾸며 살다가 자신의 마실이유의 망각을 후회하며 돌아오는
부질없는 몽중인입니다.
그자신 모두가 개개의 우주이며 하늘이며
또한 망각의 시간안에 걸러진 존재들.
스스로 행하려 떠났다가 그 떠남의 이유를 망각하고
돌아와서 무안해하는
부질없이 뉘우치는 시간여행자들이기도합니다.
그 이승의 시간여행안에서
14처는 또하나의 스스로의 시간여행과 이유를 만들고
그 결과 시간을 만나고
빛을 만나고 죽음의 아름다운 이유를 만납니다.
헛묘는 존재함이 겹쳐지는 꿈속의 꿈임을 얘기하면서 그것을 통해서
공존의 공간안에서 우리의 실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정말 사람들이 찾아헤메고 이룬다고 자만하는 모든 것은 헛된 것이며
오히려 헛되게 보이는 그안에 진실이 내재되어있습니다.
내일은 섯알오름에 가서 커다란 구덩이의 이승과 삶을 이어가는
별같은 실을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뺘마디를 모아 지은 백조일손지묘에 가서
부서진 비문에 꽃놓으면
우린 이제 새로운 존재의 이유를 다시하나 내안에 성운처럼 담고
비좁은 은하를 여행하게 됩니다.
그리움은 사람의 가치를 일깨우는 귀한 영혼의 심성입니다.
제주에서 14처를 돌면서 만난 영혼들
사람속에선 보지못하고 망각한 그것들이
모래처럼 귀한 꿈으로 지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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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처 별길따라 오르는 하늘만남,섯알오름학살터
아뜨르비행장터를 지나 백조일손유가족분들이 보살피는
섯알오름학살터에 갑니다.
분화구처럼 깊숙히 패인 포탄자국아래
들꽃처럼 진 사람들의 영혼이
별길을 타고 내려와 앉아있는 곳.
그 별길을 이승의 사람들 눈에도 보이게
가는 끈 두가닥으로 각기 이어서
하늘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땅속에서 올립니다.
별들을 그 실위에 꼿아서 하늘에 메달고
바람에 흩날리는 별의 움직임.
따사해진 날씨에 우린 우리가 돌아간후 맞이할 밤을 준비하면서
한낮에 학살의 언덕과 웅덩이를 오가며
참 많은 별들을 수놓습니다.
14처순례의 마지막 이틀
4.3으로 시작한 여행은 1950년으로 이어지고
다시 인간의 시간은 생떼처럼 지속됩니다.
우리들은 제각기 몇가지 자신들이 준비해온 얘기들을 그곳에 펼쳣습니다.
이별을 서서히 준비하고있는 나날.
햇살속에서 눈비를 보고
비바람속에서 맑디맑은 햇살과 하아얀 구름을 보면서
벗을 만나온 길.
우리의 이 초라한 여정이
이제 곧 누군가에 의해 지워지고 치워지고
이곳엔 기념과 상기의 명분으로
크고작은 기념물들이 자리잡으며
그길을 따라 손쉬워진 역사교육장으로 관광명소로
4.3의 역사는 하나의 관광상품이되어서
기다리는자나 찾아오는 자 모두에게
제 욕망을 채워주는 살아남은자들의 죄악이 펼쳐지겠지요.
그러기전에 그렇게 사람들에의해 영혼의 가슴이 더 아프기전에
우리의 이 조그마한 순례여정이
진행될 수 있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젠 아무리 지워도 우린 그 속에서도 최소한 이번 순례에서 바라보고 만난 만큼의
상기로 이미지를 각인하고 꿈을 조각하며
여생을 당신들과 함꼐 벗이될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심한 사람들의 명분놀이와 멸망까지 쉬지않고 지속될 인간의 전쟁앞에서
가녀린 평화를 굳건히 지켜갈 먼지같은 요소로서의
즐거운 이승길을 걸어가며
문득 당신을 찾고
혹은 찾아온 당신의 손짓과 호흡을 맛보며
용기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질없는 심신의 촉감은
이별이 이리도 서럽습니다.
이제 또하나 소중한 벗을 얻어서 다시 시작하는 여행길인데도..
추스리고 떠나기 위해 미리 이리 적적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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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처 오손도손 모여살던 고운마을 하나 백조일손께 지어드리고..
14처 순례의 마지막날
어제 섯알오름에서 만나 별길을 놓았던 그분들이 계신곳.
7월7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이분들은 별이 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14처 기행의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알게되는 것은
아무것도 끝나지않았다는 것.
14처의 마지막장소는 그렇게 인간의 부질없는 미련을 알려주고
부서트린 비석과 다시 세운 비석,
그들처럼 부수지못하고 저밖에 그 비문과는 너무 다른 내용의 진실이 담긴 안내문.
하지만 그것조차 다시 한 문장이 지워지고 고쳐져있습니다.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그 죄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함몰되는 어진 사람들,
가해자가 적히지않은 학살자가 누구인지 적히지않고
오히려 6.25의 총성을 내세우므로서 학살자를 넌지시 왜곡시킨 괴물같은 비석.
그것을 치우지못하고
그저 부서진 원래비석의 조각만을 줏어 담아 가슴아프게 놓아두었습니다.
순례의 마지막날
우린 백조일손지묘에 다가가서
그 흉물스런 허물옆에 가슴시리게 조각져 모셔진 애처러움에 다가가
그 제대조차없는 비문앞에 오손도손 모여살던
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영혼을 마주하며
그분들을 그리며 조그마한 마을을 만듭니다.
집을 지어드리고 나무를 심고 나무엔 사과와 감귤이 열리고
새들도 날아와 앉았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마을나무사이로 보이고
"환원할수 없으되
둘이 아닌"
이런 글귀를 적어 마을어귀에 놓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오고 가슴조려온 이 순례가 끝납니다.
순례는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58년이 지나도 그 방법을 바꿔가면서
지속되어오는 그리고 현재까지도 미래에도 변함없이 참담한 인간들의 아린 악덕을
이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모두의 망각앞에
망각의 합당화앞에
무엇을 어떻게 고쳐가며
행동해야할 것인가도 처절히 알게 되었습니다..
100여기의 무덤이 묘비없이 모여있는 쓸쓸한 곳.
우린 이렇게 이름없이 떠나간 고운 사람들의 조용한 숨결을 통해서
묘비명보다 더 큰 순교를 기억합니다.
살을 에이게 추웠던 날부터 몸을 가눌수없느 바람과 거친 파도
그리고 꽃가루처럼 아름다운 눈싸라기로 마을을 감싸주었던 제주는
그 14일간의 순례안에 유채곷을 활짝피워주기도 하고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산간에선
안개지역을 만들어서 우리가 고귀한 꿈을 꾸며 그들안에 함께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제주에서 14일간 우린 이 아름다움이 그들의 숨결로 온통 감싸여있다는것을 알았지만
사람들은 전혀다른 삶을 그위에 영위하며 뺏고 빼앗기고 영위하면서
이 섬과 이 섬의 삶을 망각속에서 파괴해나가고 있다는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악하진 않으나 선하지 못하여 슬피 퇴화되어가는 고귀한 섬.
사랑은 하나 정진하지 못하여 슬프게 침몰하는 섬.
아름다우나 정결하지 못하여 시리도록 가슴아픈 섬.
스스로 지워버린 마을들만이 남을 부질없음으로인해서
오히려 잃어버린 마을이 애처롭게 아름다운 곳.
그곳이 이제 고향이되고
벗이 되어
하영 슬픈 가슴으로 작별합니다.
14처를 돌면서
정말 십자가의 길처럼 고통은 심화되고
마침내 고통은 하나의 무아가되어
꿈이 되어버렷습니다.
이제 이 고귀한 꿈을 잃지않으며
꿈안에서 별을 보고 성운과 소통하며
이승으로 이어진 맥을 시공안에 일체시켜가는 노력만이
과제로 남습니다.
14일간 예플러와 저의 여정에 동행하며
순례자의 모습으로 말없이 동행해준 사람들이 셋있습니다.
문재선 사유진 박수현님.
그리고 전체를 같이 못했지만
함께한 별음자리표,이경준님 두사람 역시 14처에 한 조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하여 유랑할 이 [14처,이정표를 세우며]의 공연일정에
그들이 온다면 언제나 이 작업안에 자릴 비워두고 기다림과 재회를 기약합니다.
별에 대한 얘길 하고싶어 다가왔다가
성운과 성단을 바라보고
그속에서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꿈속의 꿈이되어 다시 바람안에 분신됩니다.
많은 것을 두고왔지만
그 모든것을 가지고 뭍으로 올라갑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슬픔이
중산간을 가로막은 안개지역을 넘어 뼈아프게 밀려옵니다.
우리가 할수있는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인것을
안개지역을 넘어 마주하는 인간도시엔
다시 수많은 욕심과 변명과 편협된 이기심이 욕정을 안고
삶이란 명분으로 바쁘게 움직이고있었습니다.
안개가 걷힘이 오히려 안개이며
안개가 오히려 선명한 사랑입니다.
감사했으며 고마웠습니다.
순례의 반을 마치고 서부지역을 넘어오면서 농담처럼 한말
고맙습니다란 말
58년을 넘어 뒤늦게 다가와서 가슴으로 부터 나오는 말이 그것이었는데
그리고 그 말이 너무 안어울려서 놀랐었는데
이젠 가슴이 쥐어준 그말의 이유를 알듯도 합니다.
우리가 열네곳에 세운 이정표는 백개도 넘지만은
그것이 올 4.3까지라도 보존되어
또다른 4.3순례자들에게 힘이되어줄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놓은 편지들을 보고
다른 순례자들도 하나둘 마음의 편지를 적어서 벗에게 바치면
그 편지가 늘어나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부터
이성과 사랑과 희망과 이곳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

구성,연출 신영철


이름없는공연팀

1995년부터2004년까지 예기플라타너스란 이름으로 거리공연작업.

2005년부터 이름을 버리고

진화의 공기전환을 향한 소리없는 표현작업하는.
예기 신영철 구성연출의 프로젝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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