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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Trainer's Training Workshop 서울 순례 공연

제로아트 2006. 7. 23. 17:04

2006 Trainer's Training Workshop 서울 순례 공연

2006년 7월 17일 ~ 19일

 

워크샵 기간 내내 비가 내린다. 서울 순례 공연 기간 동안에도 여지없이 우리는 비와 함께 했다. 10여일 동안 제대로 해를 보지 못한 우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햇살을 바라듯, 우리는 서울의 곳곳들에서 빼앗긴 권리를 찾고, 인간으로써의 당연한 행복을 찾고자 간절히 싸우는 이들을 만났다.


으리으리한 빌딩 숲 한가운데 들어서있던 서울 포이동의 낮고 작은 초라한 집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한사람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공연하고 묵었던 건물에선 타워팰리스가 마치 우리를 내려다 보는 듯 서 있었지만, “우리가 저기 사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요”라고 말씀하셨던 한 아주머니의 말씀 앞에 화려한 건물은 그저, 건물일 뿐이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포이동 주민들은 우리 아시아민중극광대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마련해주셨다. 정성 가득한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 손수 정리하고 만들어주신 공연무대, 그리고 함께 웃고 감동했던 공연과 뒷풀이... 그곳을 방문했던 우리들 하나하나는 어느 곳에 있든 그들의 투쟁이 함께 할 것이며, 아주 오래도록 그들이 베풀어준 값진 은혜에 감사할 것이다.


우리들의 두 번째 순례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추인연대의 집회 현장이었다. 오랜 기간동안 장애인들은 목숨을 걸고 차별에 저항해 왔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권리보장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회구조와 잘못된 편견들을 가지고 있다. 비가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우리 광대들과 그들은 하나가되어 우리의 목소리를 비에 담에 세상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바로 그것이 장애인에 대해 우리사회가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슬픔으로 변해 비에 젖은 얼굴에 눈물이 더해졌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기죽지 않았으며 수많은 장애인들의 외침도 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결코 식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순례지로 향하던 우리들은 잠시 동안 한 무리의 경찰들에 의해 저지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우리들이 바로 앞 국회의사당으로 시위라도 하러 가는 거라 착각을 했으리라. 잠시 흥분과 화로 술렁임이 있었지만, 지시대로 움직이는 어린 경찰들의 저지에 맞설 시간이 없던 우리들은 그저 쓴 웃음을 지으며 다음 순례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야했다. 매스컴을 통해서 듣고 보던 쪽방촌과 서울역의 노숙인들...그들의 터전이 우리들의 세 번째 순례지였다. 천주교에서 준비한 급식을 먹기위해 거리 노숙인들과 함께 긴 줄을 기다려 먹은 저녁식사는 밥과 김치가 다였지만, 우리 아시아광대들 어느 누구도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미쳐 음식을 받지 못한 노숙인 몇몇분이 우리들 때문에 음식이 모자란 탓이라며 화를 내시기도 했고, 혹시라도 그 분들을 자극할까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야했지만, 노숙인과 함께 한 그 식사가 그저 체험이 아니라, 내게 목숨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한끼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숙인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될 수 도 있는 하나의 또 다른 나였다.


그날 밤 여성참가자들은 쪽방에 남성 참가자들은 거리 노숙으로 하루 밤을 보냈다.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방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고, 스스로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강연을 준비하시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다음날 우리들은 네 번째 순례지인 전국 노점상총연합회 사무실에서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회원분들께서 손수 차려주신 음식들이 어찌나 맛있던지 조금은 지쳐있던 우리들에게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게 해 주셨다.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정부의 되풀이되는 거짓말에 삶이 뿌리채 흔들리는 노점상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그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네 번째 공연 장소인 동대문운동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몇몇 참가자들은 한국의 정서가 가득담긴 기념품도 사고 여러 가지 구경도 할 수 있는 짧은 즐거움도 맛 볼 수 있었다. 동대문 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 노점상인들이 손수 돈을 모아 지어놓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그곳을 또 정부가 빼앗으려 한다 생각하니 정말 감슴 아파오고 분노가 올라왔다. 청계천 다리 위에서의 거리 공연과 다리 아래서 시민과 함께 했던 공연을 마치고, 노점상인들의 투쟁이 꼭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우리들은 또 다시 버스에 올랐다.

마지막 순례지인 무주, 기업도시화 명목으로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그곳에 소수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무리들과 싸우는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시는 곳이었다. 우리 아시아 광대들의 방문으로 마을은 작은 잔치를 벌였다. 국수도 삶고 막걸리도 마시고, 우리 장단에 모두 함께 춤추는 잔치. 힘든 여건 속에서 젊은 아시아광대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어르신의 마음에 모두 함께 감동했고,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나눠드리고 위로해 드릴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바삐 움직여야했던 여정이었지만, 이번 순례공연은 우리들에게 무엇이 옳은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해준 값진 시간들이었다.
우리들이 만났던 많은 분들 한 분 한 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또한 지치지 않고 끝까지 열정을 지킨 우리 아시아친구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2006 Trainer's Training Workshop 
                 한국 참가자  박연숙(극단 터)
 

이 글은 이번 아시아 광대전 워크샵에 참가하고 있는 극단 터(대전)의 신입단원 박연숙씨가 워크샵 기간 중에 서울과 무주 지역을 순례하면서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부딪히며 경험한 바를 적은 글입니다.

 

@ 문화예술공동체 극단 터 http://www.artuni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