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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자계예술촌 마지막 그믐밤 공연을 다녀와서_이승훈 선생님

제로아트 2006. 11. 27. 13:42
2006년 11월, 자계예술촌 마지막 그믐밤 공연을 다녀와서...[백지영 사랑안해]  
[배경음악은 백지영의 사랑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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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믐밤의 들놀음을 보기 위해 자계리에 들어서다.


이제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표현을 해야 옳을 듯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겨울인듯 하면서도 가을의 아름다운 빛깔이 주변에 울긋 불긋 남아 있습니다.
자계리는 이미 겨울에 들어 섰을 것이기에 박물관을 나서는데 의자 위의 쇼올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의례히 먼저 전화를 주면서 행사 참여를 독려하던 자계동행의 여러분들이
이번에는 다들 바빠 참여를 못하시거나 늦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까짓것 나 혼자 거뜬히 모든 일을 다 해치울테니 걱정 말라는 뻥을 치고는 조금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해질 무렵의 자계촌은 쓸쓸함 그 자체였습니다.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내 차를 보았는지 촌장님이 걸어 나오며
어린 아이들이 볼 내용이 아니니 데려오지 마십사 하고 부탁드렸더니
아예 사람들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걱정입니다.
그동안 자계예술촌 행사가 가족 단위 중심의 행사였음을 실감하게 해 주는 이야기로 들리더군요.


손님 맞이를 어찌 할 것인가를 물으니 후배들 두어명이 와 있으니 어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국수 삶아 낼 봉사자들로 보이는 여자분 둘이 나를 보더니 일손 덜었다며 반가워 했건만,
함께 동행했던 대훈문고 양과장님이 갑자기 영동에 다시 나가봐야 할 일이 생겼다며
다시 영동까지 태워달래는 느닷없는 요구에 꼼작없이 영동다녀오느라 공연 무렵에나 다시 올 수 있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자계촌장 박창호]


[두명의 여주인공 왼쪽 박정림, 오른쪽 박연숙씨]












두명의 막강 여배우와 그녀들의 '스트립티즈'


자계촌 마지막 그믐밤 들놀음에 올려질 작품은 '스트립티즈'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폴란드 태생의 극작가 슬라보미르 므르체크의 작품 "strip to ease"를
자계 박촌장님이 연출을 맡고 두명의 막강 여성단원, 박정림, 박연숙씨가 연기를 했습니다.


제목에 스트립이 들어간다고 하여 무슨 야한 연극 쯤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까지는 아니라는 촌장님의 사전 설명이 이어지지만 다들 별 기대 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간혹 한 두명 아이들이 보이지만 예전같이 그렇게 가족 단위는 아니라 관람 분위기는 진지하기만 합니다.


갑자기 미지의 공간에 갇히게 된 두 여인의 갈등 섞인 대화와 연기 속에서
인간의 이중성이나 체제의 잔혹성을 보여주려는 연극 스트립티즈는
자계촌 두명의 여배우를 통하여 아주 리얼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렇게 자계예술촌의 11월 마지막 그믐밤 행사는 진행이 되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연기자나 스테프들의 모습에서는 기나긴 일년 동안의 여정을 끝낸 여행자의 표정이었습니다.
피곤에 젖었지만 큰일을 무사히 마친 후의 홀가분 함이 묻어 나오는 미소...
3월부터 11월까지 꼬박 열번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무대를 연 자계예술촌 사람들의 저력이 보입니다.


에필로그


공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관객의 박수는 자계촌 사람들의 그 열정과 노고를 안다는듯 길게 이어집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계리 이장님과 주민 여러분들이 보입니다.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마다 바쁜 농사일 후의 피곤함도 저버리고
시작 전에는 국수 삶아 내고, 공연할 때는 관람석에 앉아 웃고 박수쳐 주시고,
그리고 끝난 후에는 뒷풀이 장소에서 안주 만들어 내오시고, 막거리잔 챙겨주시는 그 열정에
아름다운 이웃의 훈훈한 정을 듬뿍 느끼게 해주시는 분들이십니다.


일년내내 자계 행사 있을 때 마다 궂은일 마다 않고 도맡아 챙겨주신 토끼 아줌마도 오셨네요.
저번 달에는 달콤한 고구마 맛탕을 튀겨 주시더니만
오늘은 술맛 착착 감기는 멋진 안주 하라고 기르던 토끼로 손수 토끼탕을 끓여 내셨습니다.
용왕님이 드시던 그 토끼의 간을 기름에 자근 자근 튀겨 내오셨는데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그만입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자계촌 행사있을 때 마다 구비 구비 도덕재 고개 넘어 다니느라
숨 고르시던 고정 관객 여러분들이 계십니다.
꽃피는 봄부터 낙옆 다 진 쓸쓸한 초겨울까지 그믐밤이며 산골잔치며 그 먼길 마다않고 구경 와 주시는
든든한 후원자이신 고정팬 여러분들의 부지런함이 있어 자계촌이 넉넉해 집니다.


사진나부랭이나 찍는 답시고 싸구려 카메라 들고 무대 앞에서 갖은 방정 다 떠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서는 천박한 천성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기왕지사 내지른 횡설수설에 덧붙여 자계예술촌 식구들을 대신하여 감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어 자계예술촌은 항상 사람 살아가는 정이 흘러 넘치는 아름답고 훈훈한 공간이 됩니다.
하긴 뭐 사람 사는 것이 별 것 있겠습니까?
반은 내 잘난 덕이고 나머지 절반은 넘들이 챙겨주는 덕인 것을...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연극에 관해 대화에 나선 두명의 여배우]


[격려의 꽃다발을 준 관람객과 기념 사진을 찍다]


[흘가분한 기분에 갖은 포즈를 취해보는 배우들]